2022. 5. 19. 10:34ㆍ판춘문예
이 작은 부품 하나가 100달러란 말이오? (펌
어느 공장에서 아주 중요하고 특수한 기계가 고장났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잘 작동하더니 갑자기 멈춰버렸죠.
워낙 드문 기계라 함부로 열어보기 뭣해서 기술자를 불렀습니다.
기술자는 몇 가지 버튼을 누르고 몇 군데를 뜯어 보더니
손바닥보다 작은 부품 하나를 갈아끼웠습니다.
기계는 다시 멀쩡히 잘 작동했습니다.
기술자는 대가로 100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사장은 화를 냈습니다.
"아니, 5분도 안 살펴보고, 고작 그깟 부품 하나 갈아끼워넣고서 100달러나 달라고? 이 작은 부품 하나가 100달러란 말이오?"
기술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부품은 5달러짜리입니다. 다만 이 부품이 고장났다는 것을 알고, 이걸 교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교체하는 방법을 아는 비용이 95달러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비유입니다.
그저 지식과 경험에 대한 비용에 우리가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죠.
저는 단독주택에 사는데 하수구가 막힌 적이 있습니다. 오수(변기)가 아니라 하수(생활하수)만 막혀서 싱크대서 물을 내리면 화장실로 올라오고, 창고로 올라오고 그랬죠. 처음에는 제가 회사에 간 사이 아내가 하수구 업체에 연락해서 뚫었다는데 50만 원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뭐 기계도 넣고 한참 해멨다고 했습니다. 그때 우리집 하수가 하수 관거의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듬해에 또 하수구가 막혔습니다. 분명 기름때가 잔뜩 뭉쳐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하수관거를 열어보았습니다. 하수구 주둥이에 기름때가 마치 코르크처럼 꽉 막혀 있었습니다. 뜨거운물 팍팍 물고, 낫을 이용해 닿는 데까지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안쪽에서 기름 덩어리가 계속 나왔습니다. 일단 물이 잘 빠지니 그대로 마감했습니다.
몇 달 뒤 또 막혔습니다. 집의 구조와 하수관거가 지나는 경로를 보니 집 아래 쪽에서 한 차례 90도로 꺽이는 부분에서 막힌 것 같았습니다. 하수구 뚫는 코일 12미터짜리를 샀습니다. 전동식이 아니라 손으로 쑤셔 넣는 걸로 샀습니다. 전동식은 50만 원이 넘더군요. 그걸로 쑥쑥 쑤셔가며 깔끔하게 뚫었습니다. 작업 시간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온몸에 하수 뒤집어썼고, 손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하수구 냄새가 빠지지 않더군요.
이런저런 일이 있어 알아보았더니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하수구 막힘 해결하는 비용이 기본 40만 원이더군요. 여기에 작업 난이도 등을 따져서 더 추가되기도 하고요. 아마 전문가들이니(그만큼의 지식과 경험이 쌓였으니) 딱 봐도 어디가 어떻게 막혔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지 바로 알 텐데도 일부러 내시경도 넣어보고, 작업하면서 힘든 티도 내고, 안 까도 각이 바로 나오는 곳도 까고 하는 모양입니다. 안 그러면 대충하고 돈만 받아간다고 말할 게 뻔하니까요. 어쨌든 하수구를 뚫으려면 장비도 있어야 하고, 하수구 특성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고, 특성에 따라 대처하는 경험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불편한 자세로 고약한 냄새를 참아가며 작업을 해야 하죠. 그 비용이 아깝고 부담스럽다면 저처럼 직접 필요한 장비를 사서, 정성을 들여 공부를 하고,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해야죠. 저는 단독주택이고 하수구 특성상 한 해에 한두 번씩은 막힐 듯해 기꺼이 직접하는 비용을 들였죠.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는 데는 돈과 비용이 듭니다(월급 받아가면서 일 배웠다는 말은 하지 맙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과 노동력과 시간을 사용할 때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일단 코드를 꽂으세요"라는 상담에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검수를 맡겼고 아무런 오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일을 안 한 걸까요? 오류를 판별하는 데 드는 시간에 대한 비용, 그것이 오류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지식과 그 지식을 쌓는 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중요하죠. 30분 동안 뜯어본 뒤 "아무 이상 없네요. 그냥 가세요."하는 건 그저 고마운 일입니다. 어쨌든 그만큼의 지식과 시간을 들인 '노동'을 한 것이니까요.
공임이라는 것은 그것이 서비스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죠.
우리는 늘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과 노동과 시간의 비용을 지불합니다. 누군가도 저에게 그 비용을 지불하고, 그 덕에 먹고 사는 거고요.
방송이나 신문에서 교수를 비롯해 이런저런 전문가를 불러 간단히 한마디 들을 때도 비용을 지불합니다. 특별히 자료 조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더러는 아무런 준비 없이 바로 답할 수 있는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그냥 연예인들 옛날 놀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도 돈을 지불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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